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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츠신3

잊혀지는 것, 그리고 쓸쓸한 碑 사람이 죽는다. 명멸하다가 결국 빛이 사그라들고 없어진다. 그러나 그 존재의 개념 자체가 없어지는가. 그 사람이 기억되고 이야기되며 사람들의 기억 속에 존재한다면, 그 사람은 온전히 죽었다고 할 수 있을까. 과거 역사 속 압제자와 군주들, 그리고 누군가를 진심으로 죽여 없애고 싶어하던 이들은 그들의 이름을 지웠다. 칼로 후벼내고, 먹물로 덧칠했다. 사람들 속에서, 역사 속에서 잊혀진다는 것은 얼마나 비참한 죽음인가. 갑자기 떠오른 단상. 중국 역사의 유일무이한 여제 측천무후는 자신의 비를 무자비, 즉 글자가 없는 비석으로 만들라고 말했다고 전해진다. 동진의 사안이라는 이는 위대한 업적과 공을 글로 담을 수 없어 무자비를 만들었고, 송대의 진회는 오명을 너무나 크게 남겼기에 글로 남길 수 없어 무자비를 만.. 2022. 4. 10.
선험적 지식과 언어 발달 이 글은 국어 의미론을 공부하면서 겸사겸사 작성한 글이다. 선험적 지식에 대한 기초적인 수준의 지식을 정리하고, 그냥 내 생각을 조금 덧붙였다. 사족임을 알면서도, 때로는 이렇게 글이 늘어지곤 한다. “이 행성 생명체의 기억 유전 등급은 얼마나 되지?” “기억 유전은 없습니다. 모든 기억은 후천적으로 얻어집니다.” (…) “이런 방식의 정보 전달은 속도가 얼마나 되나?” “초당 1~10비트입니다.” (…) “자네 말은 기억 유전도 하지 않고 서로 음파로 정보를 주고받는 데다, 초당 1~10비트의 믿을 수 없이 느린 속도로 교류하는 종족이 5B급 문명을 건설하는 게 가능하다는 건가?”[1] 중국의 sf 작가 류츠신은 짤막한 단편 「산골 마을 선생님」에서, 외계인의 눈으로 지구인의 불가사의함을 논한다. 기억.. 2021. 7. 26.
무한의 가능을 떠도는 창작의 영혼: 「시 구름」 이 글에서 언급된 저서의 출처는 다음과 같다. 미하엘 엔데, 『끝없는 이야기』, 허수경, 비룡소(2003)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픽션들』, 송변선, 민음사(2011) 류츠신, 『우주 탐식자』, 김지은, 자음과모음(2019) 호메로스, 『일리아스』, 천병희, 도서출판 숲(2015) 오르한 파묵, 『소설과 소설가』, 이난아, 민음사(2012) 아서 C. 클라크 외, 『SF 명예의 전당 1: 전설의 밤』, 박상준 외, 오멜라스(웅진, 2010) 이 글은 창작의 원천에 대한 몇몇 고민들을 다룬다. 또한, 무한한 글자의 나열과 창작된 작품의 차이가 무엇일지에 대해 다룬다. 결론은 모호하나, 조금은 고민이 해소되는 이야기길 바랄 뿐이다. 서론: 모호한 질문과 흘러간 오답들 창작이란 무엇일까? 우리에게 위대한 .. 2021. 5.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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