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사랑하는 것들/궁금했던 것들

음운 자질이란 무엇일까?

by 카프카뮈 2021. 7. 28.

본 글은 음운 자질에 대해, 국어학을 공부하지 않은 초심자를 이해시킬 수 있도록 쓰여진 글이다. 본 글을 통해 음소의 필요성과 추가적인 단위의 가능성, 실제 음운 자질의 활용, 그 외의 세부적인 사항들에 대해 미숙하게나마 설명하고자 한다. 예전에 썼던 글을 기억을 되짚어가며 수정한 것이라, 잘못된 내용이 있을 수 있다. 잘못된 내용에 대해서는 피드백을 조심스레 부탁드립니다.

 


최소 단위에 대한 문제 : 음소

우리가 대화를 하고 글을 쓸 때, 그 내용을 어떻게 나눌 수 있을까? 보통의 경우(특히 글을 쓸 경우), 우리는 띄어쓰기를 통해 단어를 나누고, 그 단어들을 최소의 단위로 생각하며 대화를 나누거나 글을 쓸 것이다.

 

그러나, 단어를 최소의 단위로 한다면 생기는 문제가 있다. 예를 들어, ‘돌다리는 돌로 된 다리라는 의미를 나타내며, 우리는 띄어쓰기가 없더라도 +다리로 이 단어를 인식하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더 궁금하다면 형태소에 대한 추가적인 학습을 권한다)

 

그러나 이라는 단어을 이해할 때, 우리는 이것을 이나 과 구분하여 의미를 나눈다. 겨우 자음 하나 차이인데 이를 어떻게 다르게 인식할까? 하나의 단어가 최소의 단위라면, 해당 단위 내에서 변형할 수 있는 요소가 존재하는 것은 이상하지 않은가?
대신다리의 경우를 생각하더라도, 단어를 음절(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한 글자라는 의미로 사용)로 나눠 로 구분한다고 끝나는 것이 아님을 우리는 알고 있다.(‘는 다르고, ‘는 다르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단어를 구분하게 할 수 있는, 하나의 음절을 다시 나누는 최소의 단위는 무엇일까?

 

이러한 의문을 해결하기 위해, 우리는 음소라는 새 단위값을 도입하여 우리 말을 최대로 쪼갤 수 있다고 가정한다. 음소는 우리가 흔히 자음내지 모음이라고 일컫는 최소의 글자 단위이면서, 동시에 바뀌었을때 우리가 인식할 수 있는 최소의 단위이기도 하다.

이러한 음소의 단위를 정하는 방법으로는, 먼저 최소 대립어(minimal set)라고 불리는 방법이 있는데, 위에서 필자가 한 것(돌/볼/독)처럼 음소 단위를 바꾸면서 청자가 인식하고 다른 의미로 받아들이는지 확인하는 것이다. 이 외에도 각 음소의 소리가 어떻게 바뀌고 보완하는지를 보는 변이음, 그리고 한국어를 쓰는 사람들이 앞서 말한 변이음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보는 음성적 유사성이 있겠다.

 

과연 음소가 최소의 단위인가?

앞서 음소에는 자음, 모음 등이 있다고 언급하였다. 이들은 각자 고유의 발음법을 가지고 있는데, 예를 들어 은 양순음(양 입술을 사용하는 소리)와 파열음(허파에서 나온 바람을 한꺼번에 터뜨려 내는 소리)이 합쳐져 나는 소리이며, 동시에 예사소리(‘이나 모두 처럼 양순음+파열음 이지만 은 더 성대가 퍼져서, ‘은 더 성대가 긴장되어서 소리가 난다. 두 가지에 해당하지 않는다면 예사소리로 본다)로 분류된다.

 

그런데 우리는 여기서 하나의 의문을 가질 수 있다. 분명 은 최소의 단위라고 했는데, 다시 보니 ’ = ‘양순음’ + ‘파열음’ + ‘예사소리라고도 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마치 물리학 시간에 배운 분자와 원자처럼 말이다. 만약 물을 더 쪼갠다면 물의 성질을 잃겠지만, 우리는 물이 수소와 산소 원자의 합으로 이루어짐을 알고 있다. 이처럼 음소 역시 더욱 쪼갤 수 있으나, 그 세밀한 차이 때문에 위에서 물의 비유처럼 그 단위의 고유함을 잃기도 한다.(이는 자질만으로는 서로 구분할 수 없다는 뜻이 아니라, 한국어를 사용하는 사람들은 구분할 수 없는 수준의 차이도 존재하기 때문에 어떤 자질은 음소와 달리 한국어에서 변별되지 못한다 라는 의미이다.)

 

그래서 이러한 자질(예를 들어 에서 예사소리 -> 된소리로 바뀌어 이 되듯이)의 변화가 우리에게 감지된다면 그것을 변별 자질이라고 하고, 그렇지 못하다면 비변별 자질이라고 한다. 어떤 것이 비변별 자질이 될 수 있을까? 예를 들어 영어에서의 특성 발음방법은 우리에게 비슷한 다른 발음과 구별되지 않는 경우가 존재한다. 예를 들어 'L'과 'R'의 발음을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는 사람이 있듯 말이다. 반대로 우리의 발음 역시 다른 언어를 구사하는 화자에게 이해받지 못하는 경우가 존재한다.

 

국제적으로 통용될 수 있는 최소의 블럭

앞서의 음소 이론의 경우, 실제 각 언어에서의 세세한 발음법 등의 차이가 크고, 그렇기 때문에 영어에서의 ‘L’,’R’처럼 타국인이 잘 구분하지 못하는 차이들을 변별하기 어렵다는 문제가 있다. 이를 해결하게 위해 국제 음성 기호(IPA)라는 발음 표기 글자가 존재하지만, 그렇다고 해도 이미 한 언어에 익숙해진 사람은 그 언어에서 뭉뚱그리거나 아예 사용하지 않는 소리를 정확히 구분하지 못하므로 문제는 해결되지 않는다.

그러나 만약 위의 자질이라는 단위를 사용할 경우, 어느 언어를 쓰던 같은 사람이라면 발음하는 구조가 아예 다를리가 없을 것이므로, 사람이소리낼 수 있는 유한한 개수의 발음들을 모아 조립해서 어떤 언어의 음소건 만들 수 있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를 통해 우리는 세계 각국의 음소들을 비교할 수도 있고, 서로의 언어를 이해하기도 좀 더 용이할 것이다.

 

음운 자질로 표현한 음소들

앞서 이야기한 대로, 음소들은 자질의 조합으로 나타낼 수 있다. 이때 구강음(구강에서 소리가 나옴)과 비강음(코를 통해서 소리가 나옴)처럼 서로 대립하는, 즉 서로 교집합이 생길 수 없는 상호 보완적인 특성들이 있다.(당연한 이야기이지만, 코와 입 모두로 소리를 내뿜는 발음은 하기 어려울 것이다)

우리는 이렇게 이분법적으로 나타날 수 있는 특성을 +-, 즉 공통되는 특성(위의 예를 들자면, 음소는 소리가 코에서 나는가 안나는가 둘 중 하나일 것이다)이 나타나는가 그렇지 않은가로 표기할 수 있다. 코에서 나는 소리는 비음성, [nasal]이라고 표시를 하는데, 그렇다면 [+nasal]인 음소는 비음성의 특성을 지닌 음소로, [-nasal]인 음소는 비음성의 특성을 가지지 않은 음소라고 할 수 있다.

아래의 표는, 이를 바탕으로 만든 예시이다. 자질의 경우 풀어쓰고 옆에 명칭을 병기했다.

  순수자음 순수모음 활음(/y, w/) 유음 비음
자음성 [consonantal] + - - + +
모음성 [vocalic] - + - + -
공명성 [sonorant] - + + + +

 

최소 단위를 향해서, 무의식을 넘어서

지금까지의 논의를 통해, 우리는 우리가 쓰는 말을 분석하기 위해 어떤 단위가 필요할지, 그리고 그 단위를 정하는 데 어떤 논의가 필요한지에 대해 개괄적으로 이야기해 보았다.

우리가 익숙하게 느껴서 자신도 모르게 행하는 발음, 발화들에 대해 곱씹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특히나 (앞서 언급된) 변이음의 경우처럼 우리도 모르게 다른 발음을 같은 것으로 인식하기도 하기에, 우리는 스스로의, 공동체의 말들을 되짚어보고 고민해 볼 필요가 있다. 그 과정에서 자질 이론을 통한 세밀함이 좋은 도구가 되기를 바랄 뿐이다.

반응형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