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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하는 것들/잡담

~같다 라는 말을 많이 쓰는 것 같습니다.

by 카프카뮈 2022. 11. 28.

요새 드는 생각. 사람들이 ~것 같다 라는 말을 많이 쓰고 있다. 전보다 많이.

관련해서 회사의 임원분이 그 어휘를 사용하지 말아달라고 이야기하신 적이 있는데,

그러면 어떻게 말씀을 드리냐는 반응도 꽤 나와서 재미있다고 생각했다.

 

~같다 라는 말은 왜 쓰는 걸까? 그리고 어떻게 대체할 수 있을까?

에 대한 글은 아니다. 다만 그냥 내 생각을 정리하고, 내가 찾은 대체어를 적어보고자 한다.

 

쿠션어

(...) 이러한 사회의 악평과 불이익을 피하기 위해 여성들은 ‘쿠션어’를 사용한다. 쿠션어는 틀린 내용 하나 없는 얘기를 하는데도 조심스러워하고, 자신의 주장이 단정적으로 들릴까 봐 애교와 이모티콘 같은 쿠션을 이어 붙여 문장을 맺는 어법이다. 쿠션어를 쓰면 적어도 ‘드세 보인다’ ‘싸가지 없다’는 비난은 받지 않는다. 문제는 이런 어법이 오히려 말의 신뢰도를 떨어뜨리고 듣는 이에게 강렬한 인상을 남기기 힘들어 결과적으로 발화자에게 피해를 준다는 점이다.

출처: "여성의 안경은 왜 비난받아왔을까", 한겨레신문의 이유리 작가 칼럼.
https://www.hani.co.kr/arti/culture/culture_general/953208.html

쿠션어라는 말이 있다. 자칫 무례하거나 직설적으로 들릴 수 있는 말을, 이런저런 표현을 더해 좀 더 부드럽게 들리도록 전달하는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정중하고 부드럽게 메시지를 전달하고, 특히 상대방이 자신보다 높은 사람이거나 고객인 경우 존중하는 의미를 담는 것이 쿠션어의 의의이다.

예를 들어, 품절된 상품을 찾는 고객에게 "그 제품은 다 떨어졌어요" 라고 하면 기분이 나쁠 수도 있을테니, "죄송하지만(사실 별로 죄송하지 않다는건 화자도 청자도 안다) 그 제품이 하필 다 떨어져서요(하필이라고는 하지만 별로 안타깝지 않은 것도 최소한 화자는 알고 있다)" 라고 말하는 것이다.

출처: instagram의 데브경수(@waterglasstoon)님. 늘 재미있게 보고 있습니다. (급여체 아님)

회사생활에서도 이는 마찬가지이다. 단순하게 "그건 불가능합니다" 라고 말해야 할 상황에서도, 앞서 아쉬움과 죄송함을 쿠션어에 담아 가볍게 보여주고, 상대방을 존중한다는 메시지를 담아 말을 마쳐야 하는 상황이 생긴다. 흔히 급여체라고 하는 이러한 말투는, 사실 쿠션어로 무장한 말과 다를 바 없다.

 

물론 쿠션어가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나는 오히려 빠른 소통을 위해 쿠션어를 금지하는 상황을 더 경계한다.

내가 생각하는 쿠션어가 필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 상대방을 잘 모르는 상황에서(특히 재택근무 등의 환경에서) 어투나 어휘 등으로 인해 오해를 살 수 있다.
  • 쿠션어 없이 직설적으로 소통할 경우 생기는 감정적 오해를 해소하는 비용이 더 커진다.
  • 어느 정도의 쿠션어가 뒷받침될 경우, 소통에 대해 더 열린 자세로 접근하는 사람들이 많다.

특히나 내가 종사하는 개발 직군은, 종종 쿠션어가 나쁘다고 생각해서 직설적으로 소통하다가 문제를 일으키는 사람을 보는 경우가 꽤 되니까. 이렇게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쿠션어가 과할 경우 생기는 문제는 다음과 같다.

  • 어떤 요청에 대해, 그것이 구현 불가하거나 타협할 수 없는 내용임을 요청자가 인지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긴다.
    • 검토해보겠다고 답변하거나, 현재는 어렵다고 답변하는 탓에 추후 같은 요청을 또 받을 수도 있다.
    • 심지어는 가능은 할 것 같다는 엉뚱한 뉘앙스가 전달될 수도 있다.
  • 어떤 메시지를 전달할 때, 해당 요청의 디테일이 일부 뭉게질 수 있다.
    • 예를 들어 천천히 해주세요 라고 요청하거나, 적당히 해주세요 라고 했을 때 상대방이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추가적인 소통이 필요해질 수 있다.

결론은 간단하다. 적당히 하고, 상대방도 쿠션어인걸 알 정도로 쓰면 된다. 굳이 진심을 담아 연기할 필요는 없다.

~ 같습니다는 쿠션어일까?

~ 것 같습니다, 혹은 ~ 같습니다 라는 말은 쿠션어일까? 나는 맞다고 생각한다.

그러면 애초에 그 말을 써서 얻는 효과가 뭘까? 내가 생각한 효과는 "확신의 제거" 이다.

 

만약 직장 상사가 "내일까지 혹시 이 일을 끝낼 수 있을까?" 라고 물어봤다고 치자. 아래의 답변 중 어느 쪽이 편하게 느껴지는가?

  • "그건 어렵습니다"
    • 상사의 성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확신이 강한 말투라서 자칫 불쾌감을 느낄 수 있다. 
    • 너무 강한 확신이라서, 혹시 명령에 대한 거부이거나 다른 이유가 있다고 오해할 수도 있다.
  • "그건 좀 어려울 것 같습니다"
    • 안된다는 메시지는 전달이 되지만, 확신 없이 어느정도 입장을 열어둔 말이다.
    • 그렇기 때문에, 상사의 입장에서는 엉뚱한 오해를 피할 것이다.

물론 위의 예시가 옳거나 좋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애초에 "그건 어렵다" 라고 말해도 믿고 맡길 수 있는 조직이 정말 좋은 조직이라고 생각하니까. 다만 그럼에도, ~같다 라는 말 없이 전달하는 말은 매우 확신이 강하게 느껴지는 걸 부정할 수 없다.

 

그래서 우리는 점심 메뉴를 물으면 김치찌개가 좋을 것 같고, 밖에 비가 오냐고 물으면 오는 것 같다고 할 수밖에 없다. ~같다 라는 말 없이 상사에게 할 수 있는 말은, 정말 확신이 필요한 말(예: 올해 매출은 XX 원으로 전년 대비 YY 퍼센트 상승하였습니다) 혹은 최소한 화자 자신이 확신하는 말(예: 저는 올해 서른 살입니다) 뿐이다.

 

또한 이러한 효과는 업무에서도 적용된다. ~같다 라는 말을 쓰면 100%의 확신은 아니라는 의미이므로, 해당 사실이 틀렸더라도 책임의 소지가 다소 줄어든다. 자신이 책임자라면 그러한 이유에서 쓰면 안되는 말이지만, 그게 아니라면 오히려 필요할 수도 있는 말인 것이다.

 

게다 위 예문에서는 한 가지 더 눈에 띄는 게 있다. 상사의 말에 대한 완곡한 거절을 포함한다는 점이다. 현재 화자는 상사의 지시에 대해 거절의 입장을 취하고 있는데, 이 상황에서 ~ 같다 만큼 완곡적으로 빠져나갈 수 있는 방법은 없으니까.

 

~ 같다를 대체할 방법?

앞서 이야기한 것을 정리해 보자. ~같다 라는 말은 확신을 빼고 완곡하게 메시지를 전달해 상대방의 기분을 배려하는 쿠션어이다.

그러나 이 말이 언제나 좋지는 않다. 명확한 팩트를 전달하거나, 내 책임 분야를 전달한다면 이 말을 피해야 한다.

 

그렇다면, 내가 단편적으로 아는 지식을 상대방에게 전달해야 할 때 어떻게 말하면 좋을까?

내가 찾은 해답은, "~ 라고 생각합니다" 이다. (그리고 실제로 꽤 잘 쓰고 있다.)

이 말로 ~같다 를 대체할 때의 장점은 다음과 같다.

  • 화자는 그렇게 알고 있지만, 틀릴 가능성도 있다 라는 정보를 적절히 전달한다.
  • 청자가 화자에게 왜 그렇게 생각하는지 되묻기 편하다.
  • 이 의견이 오로지 화자의 판단으로 결정된 것이며, 청자에게 잘못이 있거나 청자의 의견을 거부하는 것이 아님을 전달한다.

막상 쓰는 이유나 장점을 써보려니 정리가 잘 안되긴 한다만, 그래도 꽤 좋다고 생각한다.

그러니까, 나는 확신하지만 이 의견은 틀릴 수도 있고, 그럼에도 여러분에게 이 의견을 전달한다는 의미이다.

 

이 글이 블로그에 썼던 글 중 제일 확신없는 글이다. 그래서 ~ 같다 라는 말을 안쓰고 쓰는게 정말 어려웠다.

하지만 뭐, 내가 이렇게 생각하는 거니까. 혹시 내용이 이상하거나 이해가 안가거나 틀렸다고 생각하신다면, 너그러운 댓글을 부탁드립니다. (늘 댓글 남겨주시는 분들께 감사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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